- 전유전 의학칼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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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유전 만년설 한의원장('노화를 늦추는 뇌건강법' 저자 |
"하루 한 잔 정도는 괜찮겠지?"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하는 생각이다. 커피가 건강에 좋다는 연구 결과들도 심심찮게 나오니, 더욱 안심이 된다. 피곤하고 졸음이 몰려올 때 커피를 한 잔 마시면 눈이 번쩍 뜨이고, 몸이 쌩쌩해진다. 에너지가 빵빵하게 충전되는 것만 같고 기분도 좋아진다.
도대체 카페인은 우리 몸에 들어와서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 또 반복적으로 섭취하면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알아보자.
카페인이 몸에 들어오면 부신을 자극해 스트레스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가진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을 분비 시킨다. 이 호르몬들은 에너지를 더 생산하게 하고 긴장하게 함으로써 집중력을 올려준다. 만일 어떤 날 하루만 카페인을 섭취했다면 그 날은 집중력도, 생산성도 향상되는 이득을 볼 수도 있겠다.
문제는 반복적으로 섭취해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 호르몬을 과다하게 분비하다 보면, 정작 우리 몸에서 이 호르몬을 필요로 할 때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하게 되는 때가 찾아온다. 그렇게 찾아온 질병이 바로 공황장애고, 우울증이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다. 그리고 이런 질환은 부신피질호르몬저하증이라는 만성피로로 부터 시작된다.
우리가 일상을 제대로 지내는데 없어서는 안될 기본 중의 기본인 코르티솔을 소진하게 하는 문제에 더해 더 심각한 점은 바로 건강한 수면을 방해하는 것이다. 우리 뇌의 무게는 신체의 2~3%에 불과하지만 신체가 이용하는 전체 에너지의 20%이상을 사용한다. 깨어있는 동안 뇌가 에너지를 사용하면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점차 축적되는데, 이것이 뇌에 포화 상태가 되면 졸음을 느끼게 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잠을 자는 동안 아데노신이 분해되어 사라지지만, 카페인은 이 중요한 과정을 방해한다. 잠자는 동안 하루 종일 쌓였던 아데노신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음 날 아침 뇌는 회복을 못하고 피곤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고, 이 피로를 쫓으려고 다시 카페인을 찾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건강한 잠은 뇌 건강에 핵심인데 건강하지 못하게 자면서 뇌세포의 회복이 나빠지고 호르몬과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고, 감정과 면역, 식욕과 항노화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카페인은 뇌혈관을 수축시킨다. 커피를 끊을 때 50%가 넘는 사람들이 두통을 겪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면에 문제가 생기면서 커피를 끊어보려고 했다가 극심한 두통으로 어쩔 수 없이 다시 커피를 마시게 된 사람들도 흔히 만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뇌혈관 질환이 올까봐 두려워하면서 커피를 일상적으로 마시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커피가 암을 막아준다는 연구 결과는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흥미로운 실험의 뒷이야기가 있다. 어느 뇌과학 연구실에서 전파력도 강하고 치사율이 높은 악성 암을 쥐에게 이식한 뒤 카페인을 투여하며 예후를 관찰했다. 카페인을 투여받은 쥐들이 암의 전이도 늦춰지고 생존 시간도 연장됐지만, 그 쥐들의 머리에서는 고름이 터져 나오고, 제대로 기어다니지도 못했다고 한다. 카페인이 암을 막아준다는 연구 결과의 이면에는 이처럼 카페인의 진면목이 교묘하게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카페인의 폐해는 그 뿐만이 아니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도 수축시키고, 혈압을 상승시키고, 더 긴장하고 초초하게 만들며, 수분을 지나치게 배출해 탈수를 일으키고, 철분 흡수를 방해해 빈혈을 악화시키고, 승모근을 뻐근하게 만들고, 여성에게는 생리통과 생리과다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카페인의 폐해를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바로 카페인의 반감기다. 카페인의 반감기는 4~6시간, 길게는 12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이는 오늘 마신 커피 한 잔의 카페인이 3일에서 10일까지도 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침에 마신 커피가 저녁까지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쌓인 카페인이 건강한 잠에서 멀어지게 하고, 호르몬 균형을 깨뜨리고, 궁극적으로 뇌 건강을 해치는 것이다.
그래서 제안한다. 한 달만 커피를 끊고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내 몸을 실험해보자.
카페인이 우리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는 대략 한 달 정도 걸린다. 첫 주는 정말 힘들 것이다. 극심한 피로감에 '이러다 일도 못하는 것 아닐까?' 걱정도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카페인에 중독되었던 몸이 회복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지금 당신은 매일 마시는 커피로 인해 본연의 건강한 리듬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커피를 안마시는 주말마다 찾아오는 두통, 오후만 되면 몰려오는 피로감이 그 증거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한 달의 도전으로 당신은 카페인 없이도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하루 종일 건강한 에너지를 유지하며, 밤이면 깊은 잠에 빠져드는 진정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바로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당신의 뇌와 몸이 얼마나 놀라운 변화를 보여줄지, 한 달 뒤의 건강한 모습을 기대해보자
임재만 newstart1@naver.com